BIM은 정말 나에게 저녁을 선물할 것인가? (2)

간혹 회사 이름때문인지, 참우리건축사사무소에서는 한옥설계만 하는지 묻는 분이 계신다. 뭐 나도 한옥에 진득하게 더 집중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한옥설계의뢰가 지속적으로 들어오지는 않는다. 작년이 특별하다싶을 정도로 한옥설계일이 몰렸던것 같기도하다.  한옥플젝도 매력있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비한옥플젝들도 조건과 타이밍만 맞으면, 당연히 흥미롭게 진행하고 있다. 그와중에 나와 동명인  KIMA파트너스의 김국환소장님과 함께 작업할 기회가 생겼다. 춘천의 한 커피브랜드 본사 건물 디자인이었는데, 건축허가를 진행하는 중에, 현재는 몇가지 문제로 잠시 홀딩이 되어있다.

이미 돌아갈수 없는 강을 건넜기 때문에, 당연히 ArchiCAD로 작업하였고, 그 과정에서 자꾸 반복해서 대두되는 의문과 장단점을 적어보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BIM이 정말 나에게 저녁을 선물했는지 결론지어볼 생각이다.

작업속도의 향상(?)

1년 반정도, ArchiCAD가 어느정도 손에 익은 상황에서, 속도면에서는 기존 작업방식보다 더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특히 건축주 PT를 준비하면서,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물론 내 기준이지만,  초반 건축주 PT용 자료를 만드는 과정이 단순화 되었다. 기존에 5단계였다면, 3단계로 줄어들었다. 프로그램을 오가며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고, 상대적으로 계획안의 완성도를 살짝이라도 더 높일 수 있었던 것 같다.

  • 변경전 : 스케치 > 2D도면화 > 3D모델링 > 렌더링 > 포샵
  • 변경후 : 스케치 > 3D모델링 > 렌더링

대략 작업시간을 따져보면, 최초계획안은 스케치 구상(틈틈히 1일) > 모델링(5시간정도) > 렌더링 (각 3~5분) 정도 됐던 것 같다.

 

협업가능성(?)

초반 건축주PT자료를 만들때는 속도면에서는 빠른 결과물을 가져오지만, 방향이 결정되고 도면작업이 시작될때 업무분배를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고민이 된다. 함께 작업하는 팀원들이 모두 같은 툴을 쓰는게 업무효율상으로 가장 좋겠지만, 아직 아키캐드를 쓰는 사람과 협업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도 다른 분들에게 도면을 캐드로 변환해서 넘겨줘야한다. 그동안 캐드에서 익숙한 CTB값을 아키캐드에 적용해 놓아서 (수십번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이제는 협력업체에 보내도 욕먹지 않을정도로 변환할 수 있지만, 업무효율상으로는 무척 안좋은 상황이다. 타협점으로, Xref를 활용해서, 원도만 아키캐드에서 뽑아내고, 레이아웃작업을 캐드에서 나눠서 작업하는 방식을 시도해보았는데,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 결국, 아직까지는 필요한 도면을 뿜빠이해서, 나는 아키캐드에서, 다른 팀원들은 오토캐드에서 나눠서 그리고 있다. 그러다보면, 어짜피 결정해야할게 많은 나의 업무량이 많아지고 다시 야근을 하게 된다. 여기서 항상 갈등이 생긴다. 협업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툴인데, 그 협업기능은 커녕, 팀워크를 깨는 도구가 되어버렸다.  어찌해야하나?…

(지금까지 최종안)

CC(170714) - Picture2CC(170714) - Picture3CC(170717) - Picture1CC(170717) - Picture3CC(170717) - Picture5

도면화

몇년안되는 실무경력이지만, 건축설계쟁이들에게는 직업병으로 선의 색깔이 선의 두께로 보인다. 사무실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대충 노란색 > 연두색 > 하늘색 > 흰색 > 빨간색 순이다. 이 CTB를 아키캐드에서도 동일하게 설정해 놓으면, 작업하기에 훨씬 수월하다. 내가 생각하는 BIM툴의 가장 큰 장점은 ‘정확성’. 2D도면과 3D모델링이 완벽히 일치하고, 평,입,단면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맛. 당연히 맞춰야 하지만, 당연히 놓치는 부분이 꼭 생기는 신비한 도면의 세계…그만큼 꼼꼼해야하는 일인 것 같다. 면적산출근거나 창호도등 몇몇도면들은 쉽게그리는 방법을 찾은 것 같고, 도면화도 나름대로의 기준들이 생겨, 이제 허가 도면까지는 무리없이 셋팅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문제는 실시도면까지 갈 수 있느냐이다.

스크린샷 2017-08-22 오전 3.32.57.png

CC(170628) - Picture # 1CC(170628) - Picture # 2CC(170628) - Picture # 3CC(170628) - Picture # 4

CC(170623) - Picture # 4

보기좋은 떡

보기좋은 떡이 먹기도 좋듯이, 투시도 퀄리티가 일정수준이상 나와줘야 건축주분들을 설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미 건축주들은 핀터레스트를 통해서, 고퀄의 건축물과 랜더링, 혹은 간지나는 스케치들을 수없이 봐왔기 때문에, 나같은 똥손 스케치로는 내 의도를 전달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현상납품이 아닌 이상, 이정도 퀄리티면 건축주 미팅하기에는 적당한 것 같다. 이미지 사이즈도 이정도면 적당해서 랜더링 시간도 적게들고, 사람이나 나무, 자동차도 포샵에서 따로 넣을 필요없어서 작업시간을 줄일 수 있다. 나무주변에 흔적만 좀 없애면 좋겠다. 특히 단면랜더링이 개념설명하기에 좋다.

CC(170628) - Picture # 5CC(170628) - Picture # 6CC(170628) - Picture # 8CC(170628) - Picture # 9CC(170628) - Picture # 10

 

CC(170623) - Picture # 3CC (1) - Picture # 444

알트의 무한 생산

빠른 작업속도는 알트의 무한 생산을 낳았다. 위에 올린 ALT들은 약 10가지 중에 거의 마지막 몇개이다. 이건 나의 쇼부력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건축주의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마음에 나는 몹시 휩쓸렸다. 이또한 매번 반복되는 기가막히게 슬픈 상황인데, 건축주의 의견을 귀기울여, 최대한 존중하여 그걸 반영하고자하면, 매번 새로운 안을 만들게 되고, 결국 내 저녁은 또 다시 반납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 프로젝트에서도 BIM은 나에게 저녁을 선물하지 못했다.

아직 멀었다.

그나저나 일이 잘풀려서, 꼭 지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