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2018년) 초부터 오랜 친구인 재훈이와 성일이와 여러 프로젝트를 구상하였다.

그중에서, 재훈이가 총괄기획을 한 2018금강역사영화제의 일환으로

6월에 군산과 서천에서 작은 전시를 기획하게되었다.

영화제의 명칭처럼, 동아시아 영화중에서 역사와 관련된 영화들을 초청하고,

풀리지 않은 역사적인 이슈들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획들로 채워졌다.

우리팀도 군산과 서천의 여러 곳들을 돌아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이 있을지 꽤 많은 시간동안 고민하였다.

많은 논의 끝에, 군산의 동국사의 역사적인 스토리를 풀어내기로 하였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동국사에는 ‘소녀상’이 있다.

또한, 일본불교의 최대종파인 ‘조동종’에서 일본의 전쟁의 패악과 일제강점기의 과오에 대하여,

사죄한다는 내용이 담긴 ‘참사문’가 있다.

아직까지 일제강점기 위안부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지 않은 일본 정부와는 달리,

종교차원에서는 사과가 일부 이루어졌다(하지만 또다시 번복을 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팀 또한 처음 알게되었고, 이를 더 알리고, 이슈화 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기로 하였다.

군산의 동국사는 일본식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다소 생소하지만, 우리나라 전통건축보다 더 직선적인 부재들로 이루어져있고, 목재의 색이나 지붕의 형상도 이색적이며, 일본건축의 특유의 깔끔함도 느껴진다. 이색적인 매력에 관광객들도 매우 많이 찾아오는 군산의 주요 관광지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기획 초기에는 한옥설계를 한 경험을 살려서, 동국사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그곳에서 거의 100년간 군산이라는 도시를 지켜보면서 역사의 단면들을 기억하고 있을 동국사를 실제 동국사의 단면으로 연계시켜 볼까하는 마음에 모델링까지 했지만….

동국사 목구조 단면 추출을 위한 모델링

우리에게 주어진 예산은 단돈 200만원에 불과했다…

초기안

성일이와의 협의를 통해서, 예산 안에서 구축할 수 있는 디지안을 찾아 나아갔다.

몇개의 벽체를 이용해서, 사람들에게 이 역사적이 사실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방향을 잡았고, 디자인은 점점 단순화 되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기획한 것은 이렇다.

1. 동국사에 진입하면서, 소녀상과 멀지만 정면으로 마주한다.

2. 점점 다가오면서, 두개의 벽 사이의 길을 지나간다.

3. 두 벽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이 설치되어 있고,

4. 그 거울 위로, 참회문이 겹쳐진다.

5. 수많은 참회문의 허상의 파편들과 나의 모습이 겹쳐진다.

진행과정에서, 송희도 투입되어 전체적인 레이아웃, 색감, 폰트선정 등의 결정적인 역할을 해주었다.

디자인안을 확정하고, 목재, 페인트, 레이저컷팅, 운송 등등의 계획을 마무리하고

군산으로 향했다.

제한된 비용과 도구에, 목공작업 경험도 적었기 때문에, 말그대로 0삽질를 하다가

결국엔 동국사 옆 건물을 직접지으셨다는 주지스님께서 보다 못해, 한 수 가르쳐주셨다.

6월떙볕아래 지쳐가며…

주지스님의 도움으로 업무효율은 X5배 정도…

역시 페인팅은 미술전공 한송희님의 지휘하에…

스카치 작업을 너무 우습게 봤나…한글자한글자 너무 힘들었다.

도저히 끝나지 않는 스카치 작업…

그래도 동국사 한구석에 살포시(?) 잘 자리잡았다.

최종컨펌은 언제나 송희~!

아쉬운부분들은 있었지만, 의도한 바 대로 완성됐다.

드디어 완성된 우리의 작업.

햇빛에 반사된 글씨는 다시 그림자로 맺힌다.

동국사 입구에서 부터, 소녀상까지…

저녁엔 동국사 대웅전에서 “만선시찰”이라는 정말 귀한 영상을 함께 감상하고…

그리고 밤까지 이어진 재훈이와의 콜라보 전시.

이렇게 우리팀의 첫번째 프로젝트는 마무리 되었다.

단, 이틀간의 전시가 우리도 아쉬웠는데, 주지스님도 바로 철수하기 아깝다고 하시어,

몇주동안 전시는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