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건설회사의 관계 문제
‘턴키 계약’에 잃어버린 상상력
‘턴키’(turn-key)가 사라져야 상상력이 산다!’
건축의 작가적 상상력을 회복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소장 건축가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대목이다. 턴키는 직역하면, 키(열쇠)를 꽂은 뒤 돌려 차나 설비를 가동시킨다는 뜻이다. 재원조달이나 설계부터 완공·입주까지 건축 전 과정을 시공사가 알아서 해주는 일괄입찰 방식을 가리킨다. 1970년대 이래 관공서와 기업이 주문한 대형 건축 프로젝트나 기술집약적인 공사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건축가들이 턴키 방식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것은 건축 디자인의 창의성을 보장하지 않고, 자신들을 하청업자화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턴키는 차를 산 뒤 열쇠를 받아 꽂고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가격조건이 맞는 제안서를 내어 선택된 시공사가 공사를 끝내면 건물을 인수해서 쓰기만 하면 된다. 빠른 공기 안에 효율적으로 건축물을 짓는 것이 목적이므로 계약서상의 정해진 공기와 공정의 준수, 이윤 확보 등 건설회사의 이해관계가 우선이다. 디자인 부분은 참고요소에 불과할 뿐이고 저작권 행사도 제약을 받는다. 일부 관공서들은 설계작을 미리 현상공모한 뒤 다시 턴키 계약을 한 건설회사에 아이디어를 넘기는 변칙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명백히 건축가 유걸씨의 공모 당선 작품인 서울시청 신청사의 한옥 처마 모양 디자인이 시공사인 삼성건설 쪽 계열 삼우건축의 저작권으로 넘어가게 된 것도 이런 턴키 계약 방식이 변질되면서 빚어진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일부 건축인들은 턴키의 보완책으로 네덜란드처럼 국가건축가제도를 도입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의 공공건축 프로젝트의 경우 국가건축가로 지정한 명망 있는 건축가 집단에 맡겨 그들이 설계자를 선정하고, 완공 때까지 건축물의 디자인에 책임을 지게 하는 것이 뼈대다. 하지만 디자인의 디테일보다는 공사 기간의 단축과 공사비용 절감을 우선시하는 관공서와 건축계의 풍토에서 이런 대안들이 얼마나 효용성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건축비평가인 이종건 경기대 교수는 “턴키는 건축 공정의 주도권을 건설회사가 쥐고 디자인도 수시로 고치기 때문에 설계자는 디자인 용역업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며 “빠른 시간 내 효율적 공사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결과에 책임지지 않으려는 공무원들과 건설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도 턴키 계약이 득세하는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펌)
그냥 떠돌다가, 본글.
급. 관심이 생기는. 턴키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