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일주일동안 지리산 캠핑의 여파인지, 계절의 여왕 5월의 장난인지, 아니면, 다소 불안한 사무실 사정때문인지,일이 손에 안잡힌다.
페북에 손이 자꾸가고, 어디 잼난 강연없나 어슬렁거린다. 우연인지, 3일 연속 들을만한 강연이 있었다. 그것도 3개모두 공짜. 일은 점점 쌓이고, 3일연속 칼퇴를 단행한다.
첫번째는 정재승교수님의 신경건축학 강연.
2011년(?) 신경건축학연구회 첫 모임부터 한 2년간 꾸준히 연구회에 참석했던 옛기억을 더듬어, 뭔가 더 새로운 게 있는지 궁금해서 강연장을 찾았다. 약간 늦어서, 어슬렁 거리다 교수님 마주쳐서 인사드리고, 강연장에 들어갔으나, 너무 많은 사람들로 인해, 맨 구석에 자리잡고 찌그러져서 강연을 들었다. 사실 내용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이었다. 대상이 대상인만큼, 깊이 들어가지는 않았다. 교수님 말대로, 아무도 안하는 분야 우직하니 한 30년하면 그분야 전문가가 되긴 될것같다. 지금 기억나는 건. 교수님 카이스트 연구실 출신 학생이 초봉 3억에 외국에서 취업했다는 내용 ㅎㅎㅎ 4년전(?) 처음 순수(?)하게 호기심가득했던 나는 어디갔을까나.
두번째는 땅집사향 124회(?).
여기도 무지하게 오랜만에 들렸다. 한창 다닐때는 안빠지고 다녔는데 ㅎㅎㅎ 정진삼 선생님이 진행하시는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 사실 나보다 12학번 높으신 울작업실 선배 성욱형님이 오늘의 주인공. 이어서 갔다. 형님 작업보면서 머리좀 녹일려고. 시간맞춰갔는데, 사람이 몇없어서 걱정했는데, 금방 곧 찼다. 무이동부터 최근작까지, 난 형님 작품이 참 좋다. 나도 이렇게 좋은데 건축주들도 참 좋아할것 같다. 5년전쯤(?) 뎀피에서 나가면서, 형님을 찾아갔었다. 그때, 무이동 집에서 밥도 주시고, 구석구석 설명해주시며, 유일하게 서른살 어린놈(?)의 독립을 응원해 주셨던 성욱형님. 그때나 지금이나, 나에겐 없는 위트와 젠틀이 풀풀 넘친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대학교 1학년때 성욱형님 대학원 졸업작품 시다뛰다가, 마지막날 몰래 안가서 형들한테 X욕먹었던 기억이 ㅎㅎㅎ 참 행복했던 시절. 참석했던 다른 건축가들과 시공사 사장님들이 ‘평면왕’이라 부를만 한다. 언제라도 건축그만두고, 샌드위치 팔고, 머리컷트 일할수있다는 형님의 다짐이, 점점 짓눌려 피혜해진 내 어깨위의 건축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12년 후에는 형님같은 건축가가 되고 싶다.
세번째는 현대카드 블랙스튜디오에서 김정후 교수님 강연. 김교수님 강연은 언제들어도 최고. 기업의 CSR을 주제로 하셨는데, 유럽의 살아있는 사례의 깊숙한 디테일까지 알려주시니 재미없을 수가 없는 강연이다. 앞부분을 못들어서 무척 아쉽다. 수많은 강연을 소화하고 계시는데, 한국오시면 강연 꼭가야지 몇번을 시도했다가 이번에 갔다. 아 아니네, 저번에 DDP에서 하셨던것도 갔었구나. 살짝. 현대카드 스튜디오 블랙도 한번 가보고싶었고, 한바퀴 돌아봤는데…음…잘모르겠다. 코웍스페이스 많이 가보진 않았지만, 다 비슷한 컨셉인것 같아서. 강연마치고 마신 맥주와 성함은 까먹었지만, 오랜만에 진심을 이야기하는 사진작가님과의 긴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젠틀맨 오브 젠틀맨.
사실 강연내용은 별로 기억에 안남는다. 필기한것도 그냥 습관이지, 다시보지는 않는다. 그냥 에너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나보다. 목소리와 분위기와 여유와 위트와 지식과 통찰력. 오랜만에 뵙는 세분은 여전히 멋있었다.
이번주도, 이미 한개의 세미나(?)을 예약해두었다. 슬금슬금 이 증상이 올라오는 것보니깐. 지금 작업들이 그닥 만족스럽지 않나보다. 좋은 기회들을 이렇게 보내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