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부터였으니, 10개월이 됐나보다. 한옥에서 일한지.
한옥.
부끄러움때문이었다.
대학생때, 고등학교 동창친구들과 안동으로 여행을 갔고,
하회마을에서 한창 구경을 하다가,
재윤이가 나에게 말했다.
“야, 설명 좀 해줘봐.”
“…..음….저건 양반집이야……”
“그게 다야? ”
“…..사실 나도 잘 몰라…”
나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었다.
부끄러웠고, 부끄러웠다.
나름 건축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착각했던 시절이라, 충격이 좀 셌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라고 누가 말했다는데,
내가 정말 한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때부터 였다. 한옥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건.
가끔 한옥에 갈일이 있으면, 좋다. 특별하다.
전통사찰들 가면 좋고, 보면 좋았다. 하지만 잘 몰랐다.
내 삶의 주변에는 한옥아닌 집이 월등히 많았고,
내가 살았던 집들은 다 아파트, 빌라, 연립, 그냥 주택 이었으니깐.
김봉렬, 황두진 책을 찾아 읽었다.
지강일이랑 이재상이랑 한옥공모전에 나갔다.
조전환 목수가 하는 세미나를 들었다.
전시회에서 부스를 만드는 일을 도왔고,
그게 인연이 되어, 한옥도면을 그리는 알바를 했고,
기대치 않았지만, 책에 이름도 찍혔다.
하지만, 그래도,
한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수는 없었다.
어찌어찌 돌아돌아,
지금 한옥설계를 하고 있다.
이제 좀 알것같다.
부재하나하나 명칭부터, 어떻게 조합되고, 한옥에서 뭣이 중한지.
건축사로 내가 한 첫번째 설계가 한옥이었다는게,
믿기지는 않지만
10개월동안 한옥설계를 하면서,
모든게 첫경험이니 좌충우돌 삽질도 많이하고,
아직도 날밤까며, 몽롱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
적어도 친구들한테, 한옥에 대해서
한마디, 두마디, 세마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같다.
짧지만 찐하게 한옥설계를 하면서,
경험많은 사무실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지만.
사실 지금 있는 한옥으로 된 사무실이 가장 도움이 된다.
공간이 궁금하면, 느껴보고,
부재사이즈가 궁금하면, 재보고,
연결부분이 궁금하면, 관찰하면 된다.
모든 한옥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틀린 디테일을 그리지는 않는다.
설계를 가장 잘 할수있는 방법은,
그 땅에 가서 계속 그려가며 확인해가면서 설계하면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한옥을 설계하면서, 한옥사무실에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쪽마루에 누워서, 하늘을 볼때마다.
마당의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는 무화과를 볼때마다.
신발벗고, 약간 높은 방바닥을 딛을때마다.
바람에 대문이 닫히면서, 서로 부딛힐 때마다.
비가 오면, 문이 불어 잘 안닫힐 때마다.
마당에 모여, 고기를 구울때마다.
한옥에서 일한다는 것이.
삶에 숨구멍을 마구마구 뚫어준다.
그 시원함이,
내가 설계하는 한옥들에도 잘 깃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