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707. 한옥에서 일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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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우리건축사사무소, 160707

작년 9월부터였으니, 10개월이 됐나보다. 한옥에서 일한지.

한옥.

부끄러움때문이었다.

대학생때, 고등학교 동창친구들과 안동으로 여행을 갔고,

하회마을에서 한창 구경을 하다가,

재윤이가 나에게 말했다.

“야, 설명 좀 해줘봐.”

“…..음….저건 양반집이야……”

“그게 다야? ”

“…..사실 나도 잘 몰라…”

나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었다.

부끄러웠고, 부끄러웠다.

나름 건축을 좋아하고, 잘한다고 착각했던 시절이라, 충격이 좀 셌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다. ‘라고 누가 말했다는데,

내가 정말 한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그때부터 였다. 한옥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된건.

가끔 한옥에 갈일이 있으면, 좋다. 특별하다.

전통사찰들 가면 좋고, 보면 좋았다. 하지만 잘 몰랐다.

내 삶의 주변에는 한옥아닌 집이 월등히 많았고,

내가 살았던 집들은 다 아파트, 빌라, 연립, 그냥 주택 이었으니깐.

 

김봉렬, 황두진 책을 찾아 읽었다.

지강일이랑 이재상이랑 한옥공모전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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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전환 목수가 하는 세미나를 들었다.

전시회에서 부스를 만드는 일을 도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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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인연이 되어, 한옥도면을 그리는 알바를 했고,

기대치 않았지만, 책에 이름도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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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한옥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수는 없었다.

 

 

어찌어찌 돌아돌아,

지금 한옥설계를 하고 있다.

이제 좀 알것같다.

부재하나하나 명칭부터, 어떻게 조합되고, 한옥에서 뭣이 중한지.

건축사로 내가 한 첫번째 설계가 한옥이었다는게,

믿기지는 않지만

10개월동안 한옥설계를 하면서,

모든게 첫경험이니 좌충우돌 삽질도 많이하고,

아직도 날밤까며, 몽롱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래도 이제

적어도 친구들한테, 한옥에 대해서

한마디, 두마디, 세마디 정도는 할 수 있을 것같다.

 

짧지만 찐하게 한옥설계를 하면서,

경험많은 사무실 사람들이 직접적으로 가장 도움이 되었지만.

사실 지금 있는 한옥으로 된 사무실이 가장 도움이 된다.

공간이 궁금하면, 느껴보고,

부재사이즈가 궁금하면, 재보고,

연결부분이 궁금하면, 관찰하면 된다.

모든 한옥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틀린 디테일을 그리지는 않는다.

 

설계를 가장 잘 할수있는 방법은,

그 땅에 가서 계속 그려가며 확인해가면서 설계하면 된다고 누군가 말했다.

한옥을 설계하면서, 한옥사무실에 있다는 게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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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마루에 누워서, 하늘을 볼때마다.

마당의 하루하루 무럭무럭 자라는 무화과를 볼때마다.

신발벗고, 약간 높은 방바닥을 딛을때마다.

바람에 대문이 닫히면서, 서로 부딛힐 때마다.

비가 오면, 문이 불어 잘 안닫힐 때마다.

마당에 모여, 고기를 구울때마다.

한옥에서 일한다는 것이.

삶에 숨구멍을 마구마구 뚫어준다.

그 시원함이,

내가 설계하는 한옥들에도 잘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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